오지 않을 것 같던 2020년이 이미 지나갔고 2021년이 되었다.
나는 이제 더 이상 젊은이라고 우길 수 없게 되었다.
어쨌든 살아는 있다. 그 동안 국가공인 중증장애인이 되었고 벌이는 나아졌으나 몸에 들이박는 비용도 늘어났다. 일주일에 몇 번씩 병원에 가지 않으면 더 이상 연명하기 힘든 삶 ㅡ 이라고 써 놓으면 되게 비련의 주인공 같은데, 글쎄다. 실제로는 그냥저냥 살아가고 있다. 회사 상사랑 아웅다웅하고 월급만이 한숨 돌리는 휴게소이며 취미는 모두 그만둔 채 사축처럼 살아가는 소시민적인 삶.
간밤에 문득문득 비명을 지르며 깨어나긴 하지만 그것은 20대를 허투루 보낸 기억이 악몽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. 내 지난날을 돌아봤을 때 치열하게 살지 않았다고는 못하겠지만, 먹고 살 궁리에 대해서만 치열했지 오고가는 인연을 어떻게 갈무리하고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부족했다.
이미 누군가의 남편이나 아내가 되고 아빠나 엄마가 되는 그들을 보며 갈수록 초라해지는 내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. 자기연민으로 마무리짓던 블로그의 글들도 이제는 우스워 보이기만 하다. 나 자신이 그렇게까지 가치있는 인간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. 나는 객관적으로 가치있어야 할 인간은 아니다. 나의 가치는 내가 스스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지키며 살고 있는가에 좌우될 따름이며 그것이 스스로를 만족시키는가의 여부에 달렸을 따름이다.
문제는 나는 정상 가정을 이루는 것이 삶의 마일스톤 중 하나였는데 그걸 영영 포기해야 할 것 같아서 우울할 뿐이지. 튿히나 이젠 이미 늦었다라는 자각까지 더하여서. 만약 내가 어떤 아기를 입양을 하더라도, 그가 한창 십대 후반이 될 때쯤 나는 은퇴를 생각하여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닥쳐오는 것이다.
간만에 쓴 글은 두서가 없고, 가장 최근 댓글이 그 해구신인가 백밤인가 하는 자의 김구 선생 인장인 거 보니 짜증이 치민다. 흔한 아재의 갱년기 푸념이다. 반려되어 돌아온 결재는 스트레스를 더 가중시키는 와중에 오늘 구내식당 저녁에 감자파국이 나왔다는 것이 조그만 위안이다. 내일은 투석 가야 한다. 어쨌든 즐겁든 즐겁지 않든 생명이 유지되는 한 최대한 살아갈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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